"현장 관리자 처벌에 영업정지까지"…사고예방엔 중대법 보다 건안법? 운영자 · 2022-01-25 18:15:43
"현장 관리자 처벌에 영업정지까지"…사고예방엔 중대법 보다 건안법?
뉴스1 | 2022.01.25 06:30
[건안법vs중대법]①CEO 넘어 설계·시공·감리자, 법인까지 책임 강화
"건설업 특성 반영한 안전규제"…업계선 형평성·경영 위축 우려 제기


광주 서구 화정동 HDC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사고 현장 내부가 잔해로 뒤덮여 있다. 2022.1.22/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계기로 안전규제 강화 목소리에 힘이 실린 가운데, 장기간 국회에 계류 중이었던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 논의에 불이 붙었다. 건설현장 특성을 반영한 촘촘한 대응으로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으로 인한 안전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CEO처벌 중심 중대재해법 vs 건설단계별 책임자 명시한 건설안전법

25일 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건안법은 건설업 특성에 맞도록 발주자부터 설계·시공·감리자 등 모든 건설 주체별로 안전 책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소속 법인에도 1년 이하 영업정지나 매출액의 3% 이하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 법안은 지난 2020년 9월 중대법보다 앞서 발의됐지만, 건설업계가 중복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처리가 불발됐다. 여타 법률과 중복되는 조항을 수정하고 보완 입법을 거쳐 지난해 6월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재발의했다. 지난해 9월 입법 공청회와 12월 말 상임위 법안 상정까지 완료돼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안법이 시행되면 중대법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욱 촘촘한 안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중대법은 사업주와 근로자, 도급업체로 이뤄진 제조업에 초점을 맞춰, 발주·시공·설계·감리·근로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건설현장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단 비판이 있었다.

우선 현장 관리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이 주로 거론된다.

중대법은 사고 발생에 따른 경영진 처벌이 골자다. 안전 의무를 경영책임자에게 부과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사망 사고에 책임을 묻는다. 만약 광주 참사에 중대법이 적용됐다면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사장이나 정몽규 회장까지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중대법 만으로는 최고책임자를 제외한 다른 건설 주체들까지 책임을 묻기 어렵다. 광주 참사에서도 감리자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중대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건설 주체 각각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안법이 도입돼야 걸맞은 책임을 지울 수 있단 것이다.

원종훈 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안법은 사고 근본 원인이 발주·설계·감리자에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모든 참여자로 책임을 확장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현행법에도 관련 법령은 있으나 상대적으로 많은 책임을 지우지 못했는데, 그 정도를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 22층에서 전문구조대원들이 소형 굴삭기를 이용해 인명구조견이 이상반응을 보인 곳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쯤 해당 공사 현장 201동 건물이 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져 작업자 6명이 실종됐다. 실종자 중 1명은 숨진 채 발견됐고 나머지 5명의 생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22.1.24/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중대법 '구멍' 건설주체별 책임, 건안법으론 강력 규제 가능해

건설업계가 두려워하는 1년 이하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영업정지를 피하려면 매출액의 3% 이하라는 강력한 과징금을 부과한다. HDC현산의 매출액은 지난해 연결 기준 3조6702억원인데, 1년 영업정지를 피하려면 최대 11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리스크를 극대화해 안전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게 하겠단 것이 법안의 목표다.

건안법에는 시공자가 건설종사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산재보험 보상범위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도록 건설종사자 재해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HDC현산이 건설공사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발주자에 대해 설계·시공·감리자 선정 시 사고 이력 등 안전관리 역량을 확인하도록 해 안전부실 업체 퇴출도 유도했다. 원 교수는 "현재 어떤 제도에서도 사고 회사를 배제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건안법이 생기면 공공 공사에서도 배제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경영 위축과 형평성 문제를 들며 건안법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한 건설 업계 관계자는 "전기·통신·소방공사를 제외한 토목·건축에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법안에, 의미도 모호해 적용이 애매하다"며 "안전 강화는 시대의 흐름이지만, 여론에 힘입어 성급히 법안을 통과시키곤 그 책임을 모두 건설업계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잇단 사고로 안전 규제를 강화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표류 중이던 건안법이 조만간 국회에서 처리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DC현산 사고 이후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건안법이 통과됐다면 건설사들이 법에 맞춰 보다 깐깐한 안전현장을 고민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승희 기자(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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