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찾는 자투리공원은 이제 그만”… 서울시, 재건축 기부채납 개편 추진 운영자 · 2022-01-25 18:20:56
“아무도 안 찾는 자투리공원은 이제 그만”… 서울시, 재건축 기부채납 개편 추진
조선비즈 | 2022.01.25 06:01
#1.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어린이 공원은 방배동 178번지 일대가 재건축하면서 기부채납한 곳이다. 이 공원은 사람이 별로 찾지 않는다. 체류시간은 5~10분 정도로 짧고, 주말 오후의 이용 빈도도 높지 않다. 인근 주민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유는 인근에 새우촌공원이나 방현공원 등 더 큰 규모의 공원이 마련됐기 때문으로 꼽혔다. 응답자 중 단지 내 거주자의 65%는 해당 어린이 공원을 ‘한 달에 1-2회’ 이하’로 사용한다고 답했다. 단지 외 거주자들은 73%가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 성북구 종암동의 한 어린이 공원. 제6주택 재개발 정비구역이 어린이공원으로 기부채납한 이 곳은 약 1026㎡ 규모다. 이 공원은 4차선 대로변에 있어 어린이공원으로 사용하기에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역시 체류시간이 짧은 편이었고, 주민들의 이용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단지 내 거주자들의 68%와 단지 외 거주자들의 56%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아서’(59%)를 선택한 이가 가장 많았다.



방배동178번지 일대 어린이공원(좌), 종암 제6주택 재개발구역 일대 어린이공원(우)/대한토목학회 수록 '도시정비사업의 기부채납 공공시설 이용실태에 따른 개선방안 연구' 논문집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나오는 기부채납 용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기부채납 공공건축사업 제도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기부채납은 공익과 사익의 조정수단인데, 효용성이 떨어지는 시설이 만들어지면서 금싸라기 땅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공익적인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용역의 핵심은 기부채납이 지역사회에 가장 필요한 시설로 지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법(2011년 3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개발사업에 따른 공공기여는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공공시설 건축물이나 건립부지로 기부채납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부채납은 도로와 공원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5년 이후 구역지정이 되고 실제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시행된 131개 구역의 경우, 약 11개 종류의 시설로 기부채납 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공지나 공공청사, 학교 등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도로와 공원이었다. 도로와 공원으로 기부채납된 경우가 72.3%였다. 구체적으로는 도로가 39%, 공원이 34%였다.

기부채납이 도로와 공원으로 몰리는 것은 용지에 대한 관리청 지정을 하는 데 갈등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도서관을 짓는다고 하면 관리 주체를 정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복잡해지고, 주차장을 짓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기부채납하는 과정에서 자투리 공원을 만드는 것이 행정적으로 가장 쉽다”면서 “아파트를 지으면서 땅을 함께 고르고, 벤치 몇 곳을 놓으면 금방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부채납을 무엇으로 할 지를 결정하는 시기와 공급 시점의 차이가 5~7년 가량인 것도 문제가 되는 대목이다.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할 만한 절차가 명확하게 없어 그 용도와 공간 구성 등의 운영계획 변경이 빈번해지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는 이번 용역에서 기부채납 건축물 실태 조사와 사업 전반에 걸친 전문적 검토 등을 통해 미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 공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기부채납 건축물 조성과정에서의 사업 기획력 강화, 설계의도 구현, 건축물 품질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업무 체계, 이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이 활용하지 않는 자투리 공원 등을 기부채납을 받는 일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이 결정된 이후 기부채납 건축물 조성과정에서 공공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어렵고, 공공건축의 측면에서 시설 품질 확보를 위한 전문적 업무지원과 이에 관련한 제도가 전무한 실정이라 이번 용역을 내게 됐다”면서 “제도가 개편되면 기부채납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면서 가장 필요한 시설, 수익자(공동사회)에 가장 좋은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간은 관례대로 쉽게만 가겠다고 쓸모 없는 공원들이 양산된 면이 있다”면서 “서울시가 앞으로 유지·관리 비용을 써도 충분히 좋을 시설을 만들기 위한 절차가 이제는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 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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