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탄생시킨 재건축·재개발 ‘전자총회’… 곳곳서 “무효다” “아니다” 갈등
조선비즈 | 2022.03.07 06:01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전자총회가 재건축과 재개발 현장의 신(新)풍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처음 도입되는 방식이다보니, 법률 해석에 대한 이해관계자 간 의견 차이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재난발생 상황이나 코로나19등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는 경우 온라인 방식으로 조합 총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했다. 기존 도정법은 총회에서 조합원의 최소 10% 이상이 직접 출석해 의결하도록 하는데, 개정안은 직접 출석 없이 전자투표만으로 출석이 인정되도록 했다.
재작년 4월, 코로나 19 등의 영향으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건축부지에서 개포주공1단지 재건축조합의 ‘드라이브 인’ 총회가 열리고 있다. / 고성민 기자
도정법 해석 두고 조합 VS 입주자 대표회 이견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은 작년 12월 국내 정비사업장 최초로 전자투표를 통해 조합장 해임 안건을 가결했다. 그러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초구청의 해임총회 성사 여부에 대한 법률 검토가 지연되고 있는 탓에 비대위 체제로 조합이 운영되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도정법 45조(총회의 의결)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의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해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해임 대상인 조합장 등은 총회 후 서초구청에 직접 참석 및 서면결의가 없이 전자투표만으로 총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 승인하였는지 여부를 질의했다. 서초구청은 “사전 승인을 한 바 없다”면서 “조합 임원의 해임총회는 법원의 허가나 시장 군수 등의 승인 없이 발의자 대표가 직접 총회를 소집하면 된다는 것이 통설과 주류적 판례의 입장”을 내놓았다.
조합장 등은 서초구청의 전자 투표에 대한 사전 승인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총회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방배5구역 김만길 조합장은 “전자투표에 대해 서초구청이 사전 승인을 하지 않았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해임 총회는 위법”이라며 “임시 총회가 서면의결권을 전적으로 배제한 채 전자투표로만 진행돼 조합원들의 충분한 투표권을 보장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했다.
경기 광명5구역에서는 전자투표시 조합원의 10%가 직접 참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조합과 입주자대표회 간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경기 광명5구역 입주자협의회는 지난달 12~26일 조합장과 임원진 해임을 위한 임시 전자총회를 열고, 조합원 54% 중 1093명이 참여해 97% 찬성으로 해당 안건을 의결 시켰다.
광명5구역 조합장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임시 전자총회가 조합 정관에 명시된 10%의 직접 참석 인원에 대한 발표가 없는 만큼 절차상 하자가 있고, 따라서 임시총회 의결은 무효라는 것이다. 즉 도정법은 조합원 10%의 직접 참여 없이 조합원 해임이 가능 하도록 개정됐지만, 광명5구역 정관은 조합원 10%가 직접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5구역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광명시에 조합원 변경 신고서를 제출하고, 법원 등기상 조합장을 변경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면서 “도정법이 정관의 상위 법이기 때문에, 조합원 10%의 참여 없이도 전자투표 의결이 가능하다고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고 조합장 측의 의견을 반박했다.
”방역 지침 따라 전자투표 개최 여부 달라져”
광명5구역 인근 광명2구역은 관할 지자체인 광명시의 승인을 받지 못해 조합장 해임을 위한 전자총회를 개최하지 못하고 있다. 광명2구역 입주자대표회 임시 전자총회는 당초 지난달 28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광명시의 승인 문제로 한 차례 미뤄졌다. 이후 입주자대표회는 오는 19일 임시 전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거리두기 등의 완화로 대면 총회가 가능하다는 광명시의 반대에 또다시 가로막혔다.
광명시는 최근 입주자대표회의 전자투표 임시총회 개최 요청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는 증가하고 있으나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완화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결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할 수 없어 대면으로(방역수칙 준수) 총회 개최가 가능함을 알린다”고 회신했다. 사실상 전자총회를 불허한 것이다.
광명2구역입주자대표회는 광명시의 불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광명2구역 입주자대표회 관계자는 “광명5구역은 2구역의 원래 전자총회 개최 일정보다 이틀 앞선 지난달 26일, 광명시의 승인을 받고 전자총회를 개최했다”면서 “불과 며칠 만에 전자총회에 대한 광명시의 입장이 달라진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광명시는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광명5구역이 전자 투표를 신청한 1월 초에는 오미크론 확산이 심각해 정부 차원의 방역 관련 제한 조치가 많았다”면서 “2구역은 지난달 중순 전자투표를 하겠다고 신청해왔는데, 5구역이 신청했을 때와 달리 정부가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있었다. 시 입장에서는 2주 마다 바뀌는 방역지침에 따라 전자투표 허용 여부를 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전자총회가 가능하도록 개정된 도정법 규정들이 모호한 탓에 갈등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도정법 제 8항은 ‘제 5항(서면의결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해관계자에 따라 전자투표와 ‘서면의결 방식이 병존할 수 있다’ 또는 ‘서면의결권 자체가 불가능하다’ 등으로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각 지역 정비사업장의 특성이 다르다 보니 일차적으로는 관할 지자체에서 전자총회 관련 법문 해석을 내리고, 지자체에서 요청할 경우 국토부 차원의 검토가 들어간다”면서 “아직 지자체에서 해석을 요구한 경우가 없어 법령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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